
마트에서 장을 보다가 지난주에 샀던 우유 가격이 오늘은 왜 다른지 이상하게 느껴본 적 있으신가요? 원래는 시장이 좋고 나쁘고 상황에 따라 몇일에 한번 올라가기도 내려가기도 하였습니다. 하지만 앞으로는 더 자주 그런 일이 생길 수 있어요. 자주라는게 일주일에 한번, 하루에 한번이 아니라 하루에 몇번 이상이 바뀔수가 있어요. 항공권이나 우버 요금처럼 수요에 따라 실시간으로 가격이 바뀌는 “다이나믹 프라이싱(Dynamic Pricing)”이 이제 슈퍼마켓까지 들어오고 있거든요.
오늘은 다이나믹 프라이싱이 어디서 시작해서 왜 마트까지 왔는지, 마트에서의 다이나믹 프라이싱이 좋은 영향을 미칠것인지 아닌지, 그리고 우리가 어떻게 대처할 수 있는지까지 정리해드릴게요.

다이나믹 프라이싱, 어디서 시작됐을까?
시작은 아메리칸 항공에서…(1980년대)
다이나믹 프라이싱의 뿌리는 전통 시장의 상인들이 수요에 따라 그때그때 가격을 흥정하던 방식이 원형이에요. 수요와 인기에 따라 가격이 오르고 낮아지는 원초적인 방식이죠. 하지만 현대적인 의미의 다이나믹 프라이싱은 1980년대 미국 항공 산업에서 시작됐어요.
그 전에는 미국 정부는 항공 요금을 직접 규제했어요. 규제가 풀리자 항공사들이 직접 가격을 정할 수 있게 됐고, 아메리칸 항공의 CEO 로버트 크렌달은 돈을 많이 벌수 있는 핵심적인 전략을 도입했어요. 일찍 예약할수록 싸게, 늦게 예약할수록 비싸게 하는 “yield management“예요. 이 전략 하나로 아메리칸 항공이 연간 5억 달러를 추가로 벌어들였어요.
항공사가 발명한 건 단순한 가격 모델이 아니라 하나의 템플릿이었어요. 이 템플릿은 모든 기업가들에게는 확실하게 돈을 더 벌수 있는 방법처럼 보였을 거에요. 바쁠때 좌석은 한정되어 있고, 팔리지 않은 좌석이 많으면 가격을 낮춰서 사람들을 끌어오면 되니깐요. 이 템플릿은 곧 호텔, 렌터카, 우버로 퍼져나갔어요.

호텔, 우버, 그리고 아마존으로… (2000년대~현재)
온라인 쇼핑으로 넘어오면서 다이나믹 프라이싱은 한 단계 더 진화했어요. 아마존은 AI와 머신러닝을 활용해서 실시간 데이터를 분석하고 최대 10분마다 가격을 조정해요. 하루에 무려 250만 번 가격을 바꾸는데, 이 전략 덕분에 매출이 25% 증가했어요. 아마존은 경쟁사보다 평균 50배 더 많이 가격을 변경해요.
처음에는 적응이 안되었지만 이제 미국 소비자들은 온라인에서는 가격이 수시로 바뀐다는 걸 어느 정도 받아들이고 있어요. 아마존에서 보이는 가격은 항상 할인된 가격으로 표시를 해놔서 왔다갔다 해도 소비자 입장에서는 세일을 계속 하는 것으로 보였으니 말이죠. 문제는 이게 오프라인 마트, 즉 우리가 매일 장을 보는 슈퍼마켓으로 점점 들어오기 시작했다는 거예요.

왜 슈퍼마켓에서 문제가 되는가?
다이나믹 프라이싱이 어떻게 마트에도 적용이 되는지에 대해 설명을 할께요.
전자 가격 태그(ESL)가 핵심이에요
월마트는 2026년까지 2,300개 매장에 전자 가격 태그(Electronic Shelf Labels, ESL)를 도입할 계획이에요. 원래는 가격표를 바꿀려면 직원들이 가격표 종이를 바꾸고 계산대에 올라가는 비용도 바꾸는 데에만 하루 이상이 걸리던 것을 시스템에 숫자를 바꿀수 있으면 가격 적용을 몇분 몇초으로 단축시키는 기술이에요. 크로거, 아마존 프레시, 홀푸즈도 이미 테스트 중이죠.
전자 가격 태그는 단순히 가격표를 디지털로 바꾼 게 아니에요. AI 시스템과 연결되어 있어서 매장 내 유동 인구, 날씨, 경쟁사 가격, 재고 수준, 개인 쇼핑 이력까지 수십 가지 변수를 실시간으로 분석해서 하루에도 여러 번 가격을 바꿀 수 있어요. 기술적으로는 분당 최대 6번까지 가격 변경이 가능해요.
가격이 바뀌는 요인들
일단 이 시스템이 오프라인 매장에 무슨 영향을 미칠지 한번 보겠습니다. 오프라인 매장의 가격이 바뀌는 요인들은 생각보다 다양한 이유로 영향을 미칠수가 있습니다. 원래도 봤을 이유들이 여기에서도 볼수 있을거에요.
- 바쁜 시간대인지 아닌지, 혹은 유동 인구가 많은 곳인지 – 공장 근처 매장은 오전 7시, 주거 지역 매장은 오후 6시가 피크타임이에요. 시간대에 따라 수요가 다르기 때문에 피크 시간대엔 가격이 올라갈 수 있어요. 마치 대형 콘서트나 스포츠 경기가 있는 날에 근처 음식점이나 마트 물건들이 다 비싸지듯이 알고리즘이 이걸 체크하고 가격을 오르내릴수가 있어요.
- 날씨가 더운지 추운지, 혹은 비가 오는지 – 더운 날 차가운 음료, 비 오는 날 우산처럼 수요가 올라가는 물건들의 가격이 자동으로 조정될 수 있어요. 한국에서는 더울때 시원한 아이스크림이나 음료가 싼걸 보고 많이 먹고 마셨던 기억이 있는데 이제 이 가격이 거꾸로 올라가서 못사먹을수도 있죠. 이미 이런 실험은 1999년 코카콜라가 더운 날 자동판매기 가격을 올리는 실험을 했다가 “착취적”이라는 여론의 뭇매를 맞고 포기한 적이 있는데, 그 기술이 슬그머니 슈퍼마켓 전반에 다시 등장하고 있는 거예요.
- 재고 수준과 유통기한 – 크로거는 전자 가격 태그를 통해 유통기한이 임박하거나 재고가 쌓인 물건은 가격을 내리고, 재고가 부족한 인기 물건은 가격을 올리는 방식으로 운영한다고 밝혔어요. 이거는 이미 몇몇 마트에서 하는 일이니 아마 친숙할거에요. (관련기사)
- 경쟁사하고 가격 경쟁 – 경쟁사의 가격이 높고 낮으냐에 따라서 가격이 바뀌는 시스템이에요. 원래는 사람들이 눈치로 보고 판단을 했다면 이제 AI 시스템이 경쟁 슈퍼마켓의 가격을 실시간으로 모니터링해서 자동으로 반응해요. 옆 매장이 가격을 내리면 자동으로 내리고, 올리면 따라 올리는 구조예요.

개인별 다른 가격 책정 — “Surveillance Pricing”
여기까지는 밖에 컨디션에 따라 바뀌는 것이니 생각보다 많이 바뀌는것 같지 않다고 생각할수도 있어요. 하지만 가장 논란이 큰 부분은 따로 있어요. 바로 Surveillance Pricing, 즉 개인마다 가격이 바뀔수도 있는 시스템이죠. 2025년 1월 FTC(미국 연방거래위원회)가 발표한 연구 결과에 따르면, 회사들이 정확한 위치 정보, 브라우저 검색 기록, 구매 이력, 인구 통계, 심지어 웹사이트에서의 마우스 움직임까지 수집해서 개인별로 다른 가격을 책정하는 데 사용하고 있어요. 앱과 온라인 활동, 스마트 TV, 피트니스 트래커, 커넥티드 차량 같은 스마트 기기 데이터도 포함돼죠. (관련기사)
실제 사례도 있어요. FTC는 온라인 쇼핑몰이 아기 용품 구매 이력으로 “신생아 부모”임을 파악한 뒤 아기 체온계를 프리미엄 가격으로 판매한 사례를 발견했어요. Instacart는 같은 슈퍼마켓의 동일한 상품인데도 고객마다 다른 가격을 적용하는 다이나믹 프라이싱 알고리즘을 사용해왔다는 게 밝혀졌고, 현재는 이 방식을 철수하겠다고 발표를 한 상태입니다.
또한 카메라가 매장 입구에서 고객의 얼굴을 스캔해서 나이, 성별, 감정 상태를 추정해요. 여기에 로열티 카드 데이터와 구매 이력을 결합해서 AI가 “이 사람은 얼마까지 낼 것 같다”는 프로파일을 만들어요. 시스템이 당신이 더 낼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하면, 긴급하게 쇼핑하거나 프리미엄 상품 구매 이력이 있다면, 가격이 올라가요.
이러한 시스템에서 피해자들은 결국 가난한 사람들일수 밖에 없어요. 인종, 소득 같은 특성을 직접 사용하지 않더라도, AI가 위치 이력이나 구매 패턴을 학습하면 이게 사회적 정체성과 연결되어 취약계층이 체계적으로 더 높은 가격을 내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어요. 전문가들은 이렇게 말해요. “항공권이나 우버는 안 사도 되는 선택지지만, 사람은 음식을 안 먹을 수가 없다.” 식료품까지 다이나믹 프라이싱이 적용되면 선택의 여지가 없는 거예요.
미국의 규제 움직임
이 문제가 커지면서 법적으로도 움직임이 시작됐어요. 2025년 한 해에만 24개 주 의회에서 50개 이상의 규제 법안이 발의됐어요.
- 연방 — 2026년 민주당 상원의원들이 대형 슈퍼마켓에서의 전자 가격 태그 기반 surge pricing 금지, 안면 인식 기술 사용 공시 의무화 법안 발의
- 캘리포니아 — AI 채용 툴 차별 금지와 함께 surveillance pricing 관련 규제 추진
- 뉴욕시 — 자동화 가격 툴 사용 시 소비자 고지 의무화
- 텍사스 — 알고리즘 가격 책정 시 소비자 고지 의무화
- 펜실베이니아 — 보호 계층 데이터 기반 다이나믹 프라이싱 금지
- 매사추세츠 — 생체 인식 데이터 기반 다이나믹 프라이싱 전면 금지 법안 추진
아직 연방 차원의 완전한 규제는 없어요. 하지만 FTC가 공식적으로 조사에 나섰고, 상원의원들이 직접 FTC에 압박 서한을 보내는 등 분위기는 계속 강해지고 있어요.

피해를 줄이고 이점 챙기는 방법
아직까지 다이나믹 프라이싱이 미국 전역에 확산된 것이 아니지만 이것만 알아도 어느정도 바가지 먹는 것을 막아줄수 있을 거에요.
- 앱 개인 데이터 공유를 최대한 피하기 – 핸드폰에 쓰는 앱들은 좋은 정보를 주고 혜택을 주는 대신 개인 데이터를 가져가요. 완전히 안 쓰기는 어렵지만, 앱 위치 권한을 “사용 중에만 허용”으로 설정하거나 불필요한 알림을 끄는 것만으로도 개인에게 불리한 정보 수집을 줄일 수가 있습니다.
- 다양한 매장 활용하기 – 많은 미국 사람들은 쇼핑할때 슈퍼마켓 하나만 들리지 않고 다양한 곳에서 음식들과 물건들을 삽니다. 예로 들어 저같은 경우는 HEB(텍사스 슈퍼마켓)에서만 샀다가 지금은 음식을 뭘 준비하느냐의 따라 홀푸드, 코스코, H마트에 들려서 장을 보는 편입니다. 여러 마트를 들리는 루트라 시간 오래 걸리지만 그만큼 한 마트에 영향을 많이 안 받을수 있어서 추천합니다.
- 피크 타임 피하기 – 저녁 6~7시 같이 퇴근하고 가는 시간대라든지 혹은 주변 이벤트로 인해 사람이 많을때 마트 가격이 더 비쌀 수가 있어요. 대신 이른 아침이나 평일 오전에 장을 보면 가격 인상을 피할 가능성이 높아요.
- 유통기한 임박 제품 적극 활용하기 – 그마나 나은 다이나믹 프라이싱의 순기능 중 하나예요. 유통기한이 가까운 물건은 알고리즘이 자동으로 가격을 내려요. 마트가 근처에 있다면 차라리 당일 요리 재료 준비 하러 이런 제품을 노리는 게 훨씬 저렴해요.
마무리
다이나믹 프라이싱 자체는 이미 우리 일상에 깊이 들어와 있습니다. 항공권에서 비행기표 살때, 호텔방 예약할때, 우버에서 택시 예약할때 가격이 다른것은 이미 당연하게 받아들이고 있죠. 문제는 먹는 음식이라는 필수재에 이 같은 논리가 적용될 때예요. 선택의 여지가 없는 소비자, 특히 경제적으로 취약한 계층이 더 많이 내는 구조가 될 수가 있고 이건 우리에게도 영향을 크게 끼칠수가 있습니다.
규제가 따라오고 있지만 기술의 속도가 훨씬 빠르고 언젠가는 현실로 올수가 있습니다. 지금 당장 우리가 할 수 있는 건 이 시스템이 어떻게 작동하는지 알고, 그 안에서 똑똑하게 소비해야 합니다.


